
아기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말을 걸면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면 방긋 웃어주기도 합니다. 엄마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치기도 하면서 ‘우리 아기가 나를 알아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기가 엄마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시기와 낯선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조금 다릅니다.
저도 첫째 유빈이를 키우면서 이 변화를 아주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1. 90일 아기, 엄마를 알아볼까?
첫째 유빈이는 생후 90일 무렵부터 사람을 대하는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유빈이가 생후 86일이었을 때 잠깐 외출할 일이 있어 할머니에게 유빈이를 맡긴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동안 할머니가 유빈이를 돌봐주셨는데, 할머니를 보면서 얼마나 방긋방긋 웃어주던지 정말 잘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집에 돌아오자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잘 시간도 아니었고 수유시간도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왜 우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가 젖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불편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인 생후 90일.
할머니가 집에 오셨고 유빈이를 안아주셨는데, 이번에는 할머니 품에 안기자마자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 우리 아기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후 90일이면 아직 너무 어린 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냄새 등을 구분하고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조금씩 구별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아기들은 성장과 발달이 빠르다고 느끼는 부모들이 많아 낯가림 역시 평균적인 시기보다 일찍 나타나는 아이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아기가 같은 시기에 낯가림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아기 낯가림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일반적으로 아기의 낯가림은 생후 6개월 전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6~12개월 사이에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시기입니다.
어떤 아기는 4~5개월 무렵부터 낯선 사람을 보고 울기도 하고, 유빈이처럼 생후 3개월 전후부터 특정 사람에게 안기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돌이 지나도 낯가림이 거의 없는 아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아기는 아직 낯가림을 안 하는데 괜찮을까?’ 또는 ‘우리 아기는 너무 일찍 낯을 가리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걸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기의 기질과 발달 속도, 평소 만나는 사람의 수와 환경에 따라 낯가림이 시작되는 시기는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3. 아기 낯가림의 대표적인 증상
낯가림이라고 하면 낯선 사람을 보고 우는 모습만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갑자기 울기 시작합니다.
- 낯선 사람이 안으려고 하면 몸을 뒤로 젖히거나 거부합니다.
- 엄마에게 안긴 채 낯선 사람을 빤히 바라봅니다.
-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표정이 굳거나 웃지 않습니다.
- 낯선 장소에 가면 평소보다 많이 보챕니다.
- 엄마가 자리를 비우면 불안해하며 울기도 합니다.
특히 이전까지 잘 안기던 할머니나 아빠에게 갑자기 안기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갑자기 왜 이러지?’ 하고 당황할 수 있지만, 아기가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4. 우리 아기 낯가림이 없어도 괜찮을까?
반대로 낯가림을 거의 하지 않는 아기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안아도 잘 웃고, 어디를 가도 새로운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아기라면 ‘우리 아이는 낯가림을 안 하는데 발달이 느린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낯가림의 유무만으로 아기의 발달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반면,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낯가림을 하는 아이도 정상이고, 낯가림이 적은 아이도 정상입니다.
5. 아기 낯가림을 완화하는 방법
낯가림이 심해졌다고 해서 억지로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억지로 안기게 하면 아이가 더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엄마 품에서 먼저 적응하게 하기
낯선 사람이 집에 왔다면 바로 아이를 안겨주기보다는 엄마가 안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아기가 낯을 가리고 있다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거나 갑자기 안아 올리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말을 걸어주고,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일 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익숙해질 시간을 주기
할머니나 할아버지처럼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도 한동안 만나지 않았다면 낯설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놀아주고, 장난감을 건네주고, 아이가 편안해진 후 안아보는 식으로 천천히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6. 낯가림은 언제까지 할까?
낯가림은 보통 돌 전후로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하고, 아이의 사회성과 언어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차 새로운 사람이나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18~24개월 무렵에는 이전보다 낯선 사람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차가 큽니다.
기질적으로 조심성이 많은 아이는 두 돌이 지나도 새로운 장소에 가면 엄마에게 먼저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낯가림이 언제 완전히 사라지느냐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7. 낯가림도 유전일까?
‘엄마가 낯을 많이 가리니까 우리 아이도 낯을 가리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에는 유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낯가림 자체가 부모에게서 그대로 유전된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경험, 양육 환경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부모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아이도 반드시 낯을 가리는 것은 아닙니다.
8.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낯가림 차이가 있을까?
남자아이가 더 낯을 많이 가린다거나 여자아이가 더 빨리 낯을 가린다는 식으로 성별만으로 낯가림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성별의 아이들도 낯가림의 시기와 정도가 모두 다릅니다.
성별보다는 아이의 기질과 경험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9. 낯선 사람을 보고 우는 아기, 어떻게 달래야 할까?
아기가 낯선 사람을 보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엄마가 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아, 울지 마’라고 하면서 다시 낯선 사람에게 넘기기보다는 아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엄마 품에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익숙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고, 아기가 진정된 후 주변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특히 ‘할머니인데 왜 울어?’, ‘아빠한테 가야지’처럼 아이가 울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안기게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낯가림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새로운 사람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무리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누구에게나 방긋방긋 웃어주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에게만 안기려고 하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울기도 합니다.
저 역시 유빈이가 생후 90일 무렵 할머니에게 안기자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보고서야 ‘우리 아기도 낯을 가리기 시작했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엄마라는 존재를 조금씩 구별하고,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아기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금 일찍 시작할 수도 있고, 한참 뒤에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엄마 품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속도로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낯가림을 지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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